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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6-04
산업 고찰

흥행은 세계로, 제작은 안으로 비었다
K드라마가 맞은 결산의 봄

세계 차트 상단을 점령한 한국 드라마가, 정작 자국 제작 현장에서는 가장 적은 작품과 가장 얇은 이윤으로 한 해를 연다. 2026년 봄, 풍요와 공동화(空洞化)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 두 개의 봄

2026년 봄, 한국 드라마는 두 개의 풍경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바깥의 풍경이다. 한국산 시리즈는 여전히 글로벌 스트리밍 상위권을 흔들고, '제작 기지'라는 낯선 호명까지 얻었다. 다른 하나는 안의 풍경이다. 그 화려함을 떠받쳐야 할 국내 제작 현장은, 역설적으로 가장 적은 작품 수와 가장 얇은 이윤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이 간극이 이번 봄을 규정한다. 수출은 늘어도 제작은 비어가는 구조. 흥행의 트로피와 제작사의 적자가 한 장면 안에 함께 놓이는 모순. 4월의 한국 드라마 산업을 가장 첨예하게 설명하는 사건은 어떤 단일 화제작이 아니라, 이 풍요 속의 공동화가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사라진 작품들

숫자가 가장 정직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OTT와 방송을 통해 공개된 국내 드라마는 2022년 역대 최다인 141편에 이르렀다. 그러나 2024년에는 80편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불과 2년 사이 3분의 1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제작 편수의 후퇴는 곧 일자리와 기회의 후퇴다. 16부작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표준 호흡은 8·10·12부작으로 짧아졌고,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성 슬롯을 절반 넘게 줄였다. 신인 작가가 데뷔할 칸, 조연이 얼굴을 알릴 회차, 스태프가 일할 현장이 함께 사라졌다. 산업의 저변, 즉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토양이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비용은 위로, 이윤은 옆으로

편수가 줄어든 자리에서 단가는 거꾸로 치솟았다. 업계 추정으로 2019년 이후 공개된 국내 드라마의 작품당 평균 제작비는 약 344억 원, 회당으로는 약 31억 원에 육박한다. 10년 전과 견주면 두세 배 수준이다. 문제는 그 돈의 행선지다. 상승분의 상당액이 일부 톱배우의 출연료로 빨려 들어간다. 회당 수억 원이 예사가 되었고, 일부 최상위 사례는 회당 10억 원이 거론된다. 정작 카메라 뒤의 다수 인력에게 돌아가는 몫은 오히려 줄었다.

비용이 위로 솟는 동안 이윤은 옆으로 빠진다.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과 약간의 가산 마진을 얹어주는 이른바 '매절(cost-plus)' 구조 아래에서, 제작사는 흥행이 폭발해도 제작비의 10~20% 남짓한 고정 마진만 손에 쥐고 지식재산권(IP)은 플랫폼에 넘긴다. '대박'의 과실을 만든 쪽과 가져가는 쪽이 갈라진 셈이다. 그 결과 국내 상장 영상 제작사 다수가 적자에 빠졌고, 한 대형 제작사는 한 해 수백억 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안방에서는 팔리지 못한 완성작이 재고처럼 쌓여간다.

결산의 해, 결정의 봄

이 모든 긴장이 하필 2026년에 응축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이 2023년 약속한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 규모의 한국 콘텐츠 투자 사이클이 올해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제작 생태계를 떠받친 외부 자본이 한 차례 결산대에 오르는 해, 그것이 2026년이다. 업계가 이 봄을 '분수령'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그래서 4월의 화두는 작품이 아니라 체질이다. 주요 사업자들은 완성작을 납품하는 하청 모델에서 벗어나, 기획·제작 노하우 자체를 해외에 이식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로의 전환을 서두른다. 외주 생산자로 머물 것인가, IP를 쥔 기획자로 올라설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산업 전체가 서 있다.

반론

물론 비관만이 정답은 아니다. 같은 협회 전망치는 2026년 제작 편수가 100편 안팎으로 반등하리라 내다본다. 바닥을 친 시장이 자정(自淨)을 거쳐 다시 호흡을 고른다는 해석이다. 위기는 종착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반론은, 그래서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결론 — 누가 과실을 갖는가

그럼에도 이번 봄이 남긴 질문은 선명하다. 한국 드라마는 만드는 능력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그 가치를 소유하고 분배하는 능력은 여전히 남의 손에 맡겨두고 있었다. 흥행의 환호와 제작 현장의 적막이 공존하는 풍경은, 바로 그 소유와 분배의 불균형이 만든 그림자다.

2026년의 봄은 한 편의 명작을 기억하는 계절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가'를 넘어 '누가 갖는가'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물은 계절로 기록될 것이다. 그 물음에 답하는 방식이, 다음 10년 한국 드라마의 체질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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