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수는 반토막 났는데,
사라진 건 스태프의 일자리였다
한국 드라마 방영 편수가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여편으로 30% 넘게 줄었다. 이 숫자는 흔히 제작비 배분이나 출연료 논쟁으로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그 편수만큼 존재하던 촬영·조명·미술·분장 파트의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뜻이다. 방송업 전체 종사자도 2024년 3만 7,427명으로 전년 대비 2.3% 줄어, 이 축소가 다른 장르로 상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한 편이 사라지면 배우 개런티와 제작비 배분 구조가 바뀐다는 이야기로 요약되곤 한다. 그러나 숫자를 한 겹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방영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여편으로 30% 이상 줄었다. 편성이 줄었다는 것은 돈이 덜 도는 문제가 아니라, 그 편수만큼 존재하던 촬영·조명·미술·분장 팀의 일자리 자체가 통째로 증발했다는 뜻이다.
편수 감소는 추상적 통계가 아니라 편성표에서 실제로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2023년 9월 대비 2025년 7월 기준 지상파 드라마 편성 슬롯이 줄었고, SBS는 목요 드라마 시간대를 아예 폐지했다.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3사는 드라마 슬롯을 운영하지 않는 상태다.
슬롯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시간대를 채우던 제작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다는 뜻이다. 드라마 제작은 회차 단위로 팀이 붙었다 떨어지는 파트 조직 구조로 굴러간다. 촬영팀 하나, 조명팀 하나, 미술팀 하나가 특정 작품에 붙어 몇 달을 일하고, 그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구해야 다시 일감이 생긴다. 편성 슬롯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파트 조직들이 다음 작품을 구하지 못하는 공백기가 구조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출연료 인상이나 제작비 배분 문제로 좁혀 보는 시각이 있다. 업계 인터뷰에서는 회당 제작비가 12~20억원대이고 그 중 절반가량을 주연급 출연료가 차지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다만 이 수치는 개별 인사의 증언 기반이라 작품·채널별 편차가 크고 공식 통계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돈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문제다. 편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그 나눠 가질 파이를 구경도 못 하는 스태프가 먼저 생긴다.
산업 전체 통계도 방향이 같다.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송업 종사자는 3만 7,427명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 수치는 드라마 현장 스태프만이 아니라 뉴스·교양·예능을 포함한 방송업 전체 종사자 규모이므로 드라마 감소분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영 편수가 30% 넘게 줄어드는 동안 산업 전체 고용이 순감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드라마 축소분이 다른 장르로 흡수되며 상쇄되지는 않았다는 근거로는 충분하다. 촬영·조명·미술·분장처럼 드라마 제작에 특화된 파트별 고용 규모를 연도별로 추적한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 파트가 대부분 개별 작품 단위로 계약하는 프리랜서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수가 줄어든 만큼 일감을 구하지 못하는 파트 단위 실직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진단에 대한 반론도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고 있고, 2026년 정부 OTT 지원 예산도 전년 대비 늘었다. K-드라마 수출 수요도 꺾이지 않아 해외 진출로 일부 제작사와 스태프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늘 수 있다. 중소 제작사가 대형사에 흡수되거나 기획·제작 어느 한쪽에 특화되는 최근의 구조 변화도, 조직 붕괴가 아니라 산업 재편의 한 과정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다만 이 재편 과정에서 미정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도 함께 나온다. 구체적 미정산 건수나 규모가 공개된 공식 통계는 아니어서 확산 정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52시간 근무제 정착이 제작비를 1.5~1.8배 끌어올렸다는 업계 관계자 증언도 있으나, 이 중 스태프 임금 상승분과 다른 비용 상승분을 구분한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두 수치 모두 확정된 통계는 아니지만 방향은 같은 곳을 가리킨다 — 제작비는 오르는데 편수는 준다 — 는 것이고, 그 사이에서 파트 단위 스태프가 받는 압박이 실재한다는 정황이다.
OTT 투자와 수출 확대가 상쇄 요인이 되려면, 그 물량이 지상파·종편이 줄인 편수만큼을 실제로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확인되는 것은 슬롯 폐지와 편수 감소, 그리고 방송업 전체 고용의 순감이다. 촬영·조명·미술·분장 등 파트별 세분 고용 통계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이 산업의 맹점이다 — 편수가 줄어드는 속도는 공식 통계로 잡히는데, 그 편수에 딸려 있던 노동력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세지 않고 있다. 편수 반토막을 돈 분배의 문제로만 읽으면 이 공백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트별 고용 규모를 연도별로 추적하는 통계이며, 그것이 없는 한 산업은 일자리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도 모른 채 재편이라는 말로 축소를 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