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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6-01
산업 고찰

극장의 시간을 법으로 되살릴 수 있는가
'홀드백'을 둘러싼 2026년 벽두의 논쟁

천만 영화가 사라진 첫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 영화는 새해 첫 달을 한 편의 법안을 두고 갈라선 채 맞았다. 극장의 독점적 상영 기간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홀드백' 입법은 위기의 처방인가, 아니면 잘못 겨눈 화살인가.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6년 1월, 한국 영화계가 마주한 풍경은 한 해 전의 성적표 위에 서 있었다. 2025년 극장 전체 매출은 1조 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줄었고, 관객은 1억 609만 명에 그쳤다. 그 가운데 한국 영화의 몫은 더 가팔랐다. 매출 4191억 원으로 39.4%, 관객 4358만 명으로 39.0% 감소했다. 국내 영화 매출 점유율은 40% 선까지 밀려났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한 편도 나오지 않은 해였고,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은 한국 영화가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약 564만 명)이 차지했다. 실사 외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그해 최고 흥행작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새해를 여는 영화계의 화두가 '회복'이 아니라 '생존'이었던 이유다.

무엇이 쟁점이 되었나

이 위기감이 한 점으로 모인 곳이 바로 '홀드백(holdback) 법제화'였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 상영을 마친 뒤 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유예 기간을 말한다. 2025년 9월 발의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한때 6개월에서 1년에 이르던 이 기간이 지금은 평균 4개월 미만으로, 일부는 개봉 한 달 만에 OTT로 직행하는 현실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논리는 단순하고 절박하다.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관객은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본다'는 계산을 하게 되고, 그만큼 극장의 가치는 깎인다.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도 극장 흥행이 무너지면 제작비 회수의 1차 창구가 사라진다. 영화계 다수가 홀드백 법제화를 위기의 '심폐소생술'로 받아들인 배경이다.

반론, 그리고 더 큰 그림

그러나 같은 처방을 정반대로 읽는 시선도 분명하다. 소비자 정책 단체들은 "OTT 소비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6개월간 관람 경로를 극장과 IPTV 추가 결제로 좁히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극장 관객 감소는 관람료 부담, 여가 경쟁, OTT 확산이 겹친 복합적 결과인데, 유통 기간만 강제한다고 관객이 돌아오겠느냐는 것이다. 빠른 플랫폼 전환으로 제한된 상영 기회를 보완해 온 독립·예술영화에는 오히려 '이중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목할 대목은, 위기를 가장 절감하는 영화인들조차 홀드백만이 답이라고 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함께 겨눈 더 깊은 구조적 병폐는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였다. 극장 체인을 가진 대기업이 제작·배급까지 장악한 구조에서, 흥행작 한 편이 상영관을 독식하면 다양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홀드백이 출구 쪽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이라면, 스크린 몰아주기 해소는 입구의 물길을 다시 트는 일이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진단이 1월의 논쟁 밑에 깔려 있었다.

결론

2026년 1월의 한국 영화는 결국 하나의 본질적 질문 앞에 섰다. 극장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가치를 법과 제도로 되살릴 수 있는가. 홀드백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응답이었다. 한쪽에는 극장 생태계의 붕괴를 막으려는 절박함이, 다른 한쪽에는 시청 환경이 이미 바뀌어 버렸다는 냉정한 시장의 현실이 있다.

분명한 것은, 6개월이라는 숫자 하나로 잃어버린 1억 명의 발걸음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예 기간을 늘리는 일과 스크린 독과점을 푸는 일, 줄어든 영화 재원을 떠받치는 일이 함께 가지 않으면 처방은 절반에 그친다. 새해 첫 달의 논쟁은 답을 내놓았다기보다, 한국 영화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비로소 또렷하게 물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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