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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를 기록하는 칼럼 — KI 지수의 공식 해설과 부문별 심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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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5-Q3
관점

세계는 '케데헌'에 열광했고,
한국 극장엔 한국영화가 없었다

2025년 여름, 한국발 콘텐츠가 빌보드 정상에 오르고 넷플릭스 역사를 새로 쓰는 동안, 정작 한국의 극장에서는 단 한 편의 토종 흥행작도 자라나지 못했다. 3분기는 'K-콘텐츠의 성공'과 '한국 영화산업의 건강'이 완전히 분리되었음을 확인한 분기였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5년 8월 말, 한국에 관한 전 세계 검색량이 전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를 넘어섰다. 진앙은 정치가 아니라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었다.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7~9월 내내 지구를 흔들었고, 9월 초 '오징어 게임'을 제치며 누적 시청 3억을 돌파해 넷플릭스 역대 1위에 올랐다. 사운드트랙 '골든'은 빌보드 핫100 정상을 밟았고, 한 OST에서 네 곡이 동시에 톱10에 진입하는 빌보드 사상 초유의 기록까지 세웠다.

바로 그 여름, 한국의 멀티플렉스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성수기 텐트폴이 줄줄이 걸렸지만 어느 것도 폭발하지 못했고, 더 뼈아픈 사실은 그 빈자리를 채운 최대 흥행작이 한국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같은 K-콘텐츠라는 이름 아래, 세계 무대의 환호와 안방극장의 침묵이 동시에 일어났다.

성수기의 역설 — 5백만에서 멈춘 텐트폴

3분기 극장은 세 편이 끌었다. 한국영화 '좀비딸'은 정부 영화관람료 할인 지원에 힘입어 536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국내 개봉작 최초로 500만을 넘겼고, 할리우드의 'F1 더 무비'가 478만으로 입소문을 탔다. 표면적으로는 활기였다. 그러나 세 편 모두 500만 안팎에서 동력을 잃었다는 사실이 본질을 드러낸다. 한때 한 해 여러 편씩 나오던 '천만 영화'가 2025년엔 단 한 편도 없었다. 팬데믹 기간을 빼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천만의 부재는 단순한 흥행 통계가 아니다. 천만은 투자·배급사가 다음 베팅의 크기를 가늠하는 자(尺)다. 그 자가 사라졌다는 것은, 큰 자본을 회수할 천장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여름 극장의 왕좌를 끝내 차지한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었다. 개봉 전날 예매만 80만 장을 넘긴 이 작품은 결국 '좀비딸'마저 넘어 2025년 한국 극장 흥행 1위에 올랐다. 자국 시장의 정점을 외화 애니메이션에 내준 여름이었다.

분리된 두 개의 K

여기서 3분기의 진짜 사건이 보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한국 신화, 한국적 정서를 전 세계에 판 명백한 한국 콘텐츠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국 극장을 단 하루도 거치지 않고 세계를 정복했다. 제작·유통·수익의 동맥은 캘리포니아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지나갔다. 'K-콘텐츠의 승리'와 '한국 영화산업의 수혜'는 더 이상 같은 말이 아니다.

산업의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2024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 37편의 추정 수익률은 -16.4%였고,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각각 5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5년 들어 CGV·롯데시네마는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극장 2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개봉작은 30편 아래로 떨어졌다. 한 해 100편을 넘던 르네상스기와 비교하면, 같은 산업이라 부르기 어려운 수치다.

반론과 함께 — 그래도 길은 중간에 있다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글로벌 스트리밍의 성공은 한국 창작자와 인력의 일감을 늘리고 'K' 브랜드의 값을 올리니, 극장의 쇠퇴와 무관하게 산업 전체로는 이득이라는 시각이다. 일리가 있다. 다만 그 이득의 설계도와 수익은 대부분 플랫폼이 쥐고 있고, 한국은 솜씨 좋은 하청 기지로 고정될 위험을 함께 안는다. 환호가 클수록, 누가 그 환호의 주인인가를 물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3분기가 보여준 유일한 출구는 거대 텐트폴이 아니라 중간이었다. 60억 원대로 465만을 모은 '파일럿', 60억 원에 216만을 부른 '30일'처럼, 덩치는 줄이고 적중률은 높인 중예산 영화만이 실제로 돈을 벌었다. 정부가 100억 원 규모 중예산 제작 지원과 정책 펀드를 푼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다. 천만을 좇는 베팅이 무너진 자리에서, 산업의 무게중심은 '한 방'에서 '꾸준한 적중'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

2025년 3분기는 한국 영화산업에 가장 잔인한 거울을 들이댔다. 한국적 상상력이 사상 최대로 팔려나간 바로 그 여름에, 한국의 극장은 자국 흥행 1위를 외화에 내주고 천만 없는 첫 시즌을 통과했다. 콘텐츠는 이겼는데 산업은 졌다. 이 분리야말로 이 분기가 남긴 가장 첨예한 질문이다.

문제는 관객이 한국 이야기를 외면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세계가 증명했듯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만 그들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보러 한국 극장으로 가지 않을 뿐이다. 2026년 라인업조차 비어 있는 지금, 한국 영화가 다시 '걸 영화'를 갖기 위해 답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세계를 사로잡은 그 'K'를, 어떻게 다시 스크린 위로 끌어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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