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떠나자
기금이 말랐다
2019년 54.6억원이던 영화 입장권 부과금 수입은 2023년 26.3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돈으로 운영되던 영화발전기금은 잔액 40억원까지 내려앉았고, 정부는 2025년 1월부로 부과금 자체를 폐지했다. 관객이 줄어든 결과가 시장의 승자·패자를 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을 떠받치던 공적 재원의 존립까지 흔들고 있다.
극장가 흥행 성적표는 매주 갱신되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숫자는 따로 있다. 관객이 표를 살 때마다 3%씩 떼어 쌓아온 영화발전기금이다. 관객 수가 줄면 이 기금도 함께 준다는 건 당연한 산수지만, 그 감소폭과 후속 결정이 문제다. 부과금 수입이 반토막 나자 정부는 이 재원 자체를 없애기로 했고, 그 여파는 지금 독립영화·신진 창작자 지원 예산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입장권 부과금 수입은 2019년 54.6억원에서 2023년 26.3억원으로 4년 사이 약 52% 급락했다. 극장 매표소마다 관람료의 3%를 걷어 쌓는 구조이니, 관객이 줄면 곧바로 수입이 준다.
실제로 2024년 전국 관객 수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1억 2,313만명, 박스오피스 매출은 5.3% 하락한 1조 1,94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023년 말 기준 영화발전기금 누적 잔액은 40억원까지 떨어졌다.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운영해온 기금치고는 위태로운 잔고다.
정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풀었다. 2024년 3월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입장권 부과금 자체를 폐지하기로 했고,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07년 한·미 FTA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며 도입돼 2014년과 2021년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준정규 제도로 자리잡았던 재원이, 수입이 반토막 난 시점에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이다.
그 파장은 이미 숫자로 나타났다. 부과금 폐지에 따라 독립영화·예술영화 지원 예산은 60% 이상 삭감됐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신임 회장은 '유명 감독들도 초기엔 이 기금의 지원으로 시작했으며, 이런 창작자 없이 한국의 최근 문화적 성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곧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신진 창작자·독립영화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이 공백을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측 논리도 있다. 2026년 영진위 영화진흥사업비는 코로나 긴급지원기(2022년)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인 1,538억원으로 편성됐고, OTT 플랫폼 기여금·국고 전입·모태펀드 등으로 재원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부과금이 사실상 관람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관객 이탈을 부추긴 측면이 있으니, 폐지가 장기적으로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대안들의 지속가능성은 아직 숫자로 확인되지 않는다. 국고 전입과 모태펀드가 매년 얼마나,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OTT 기여금이 언제 현실화될지는 불명확하다. 역대 최대 예산 편성이 일회성 편성인지 구조적 대체 재원인지는 다음 회계연도 실적이 나와야 판별된다.
이번 국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상은 흥행에 성공한 특정 작품이 아니다. 시장 성과와 무관하게 창작 생태계를 떠받쳐온 공적 재원 구조 자체가 관객 감소라는 수요 충격을 받아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과금이라는 자동 안정장치가 사라진 지금, 그 자리를 대체할 재원이 실제로 얼마나,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어오는지가 앞으로 독립영화·신진 창작자의 존속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