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TENTSCOLUMNKOEN
KONTENTS INDEX FAMILY
KONTENTS COLUMN

K-콘텐츠를 기록하는 칼럼 — KI 지수의 공식 해설과 부문별 심층 칼럼

KI 칼럼K-팝 칼럼K-드라마 칼럼K-필름 칼럼
EDITORIAL · 2024-Q2
관점

한 지붕 열한 가족,
그 균열이 드러낸 것

2024년 봄, K-POP 최대 기업의 내부에서 터진 분쟁은 한 경영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미뤄둔 청구서였다. 어도어 사태는 K-POP 성장 모델의 임계점을 가리키는 좌표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4년 4월 22일,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알린 그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4월 23일 31만 원대였던 모기업 주가는 갈등이 표면화되자 26일 20만 원대로 주저앉았고, 며칠 사이 1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그것은 한 회사가 가진 가장 비싼 자산이 사람의 신뢰와 서사라는 사실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재확인시킨 사건이었다.

4월 25일,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는 두 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반박이 핵심이었지만, 정작 산업에 더 오래 남은 것은 그가 곁들여 던진 문장들이었다. 음반 밀어내기, 포토카드, '무늬만 ESG'. 분쟁의 진위와 별개로, 그 단어들은 K-POP이 오랫동안 알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던 영업 비밀의 목록이었다.

멀티레이블, 효율의 약속이 마주한 청구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는 한때 가장 영리한 해법으로 칭송받았다. 2020년 상장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산하에 열한 개 레이블을 둔 구조는, 하나의 그룹·하나의 프로듀서에 매출이 묶이는 K-POP의 고질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지방자치제'로 비유되곤 했다. BTS라는 단일 자산에 의존하던 회사가, 의존을 설계로 풀어내려 한 시도였다.

문제는 자치(自治)와 통제 사이의 경계가 계약서가 아니라 인간관계 위에 그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어도어가 모기업 영업이익 추정치의 14% 안팎을 책임지는 핵심 레이블이 되는 순간, 모기업에게 그 레이블의 '독립'은 더 이상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통제해야 할 재무 변수가 된다. 자율성을 약속하고 성공을 거둔 뒤, 그 성공의 크기 때문에 자율성을 거둬들이고 싶어지는 것 — 이 구조적 모순이 분쟁의 진짜 발화점이었다.

민희진 측이 제기한 '서자 취급', 즉 의장이 직접 관여하는 레이블을 우선시한다는 불만은 사실관계를 떠나 멀티레이블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짚었다. 여러 자식을 공평하게 키운다는 약속과, 그중 누구를 밀어줄지 결정하는 단일 권력은 한 지붕 아래 공존하기 어렵다.

분쟁이 폭로한 산업의 민낯

이 사태가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사회적 화두가 된 이유는, 그것이 K-POP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그늘을 대중 앞에 펼쳐놓았기 때문이다. 발매 첫 주 판매량인 '초동'이 인기의 증명서가 되면서, 팬덤은 음악 감상이 아니라 수집과 순위를 위해 같은 앨범을 여러 장 사도록 설계된 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랜덤 포토카드와 팬사인회 응모권은 그 설계의 정교한 부품이다.

그 비용은 환경 청구서로도 돌아왔다. 주요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투입한 플라스틱 총량은 2017년 약 56톤에서 2022년 약 800톤으로 6년 만에 열네 배 넘게 불어났다는 추산이 있다. 그리고 2024년, K-POP 음반 판매량은 약 9,300만 장으로 전년 대비 19% 넘게 줄며 10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밀어내기로 부풀린 곡선은 언젠가 정점을 지난다 — 어도어 사태는 그 정점의 신호가 켜진 바로 그해에 터졌다.

반론, 그리고 남는 질문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멀티레이블은 실패가 아니라 가장 큰 외부 충격에도 회사가 버틸 만큼 매출을 분산시킨, 여전히 작동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같은 해 모기업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주가도 사태 이후 수개월에 걸쳐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니라 '성장통'을 겪었을 뿐이라는 시각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매출이 회복된다고 해서 폭로된 질문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팬의 애정을 어디까지 소비로 환산할 것인가 — 이 두 질문은 2024년 2분기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해 봄 처음으로 산업 바깥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론장에 올랐다.

결론

어도어 사태를 한 사람의 야심이나 한 기업의 실책으로 축소하는 것은 가장 편한 해석이다. 그러나 그렇게 읽는 순간, 우리는 이 분쟁이 가리킨 좌표를 놓친다. 그것은 자율성을 연료로 성장한 산업이 규모의 정점에서 자율성을 회수하려 할 때 터지는 균열이며, 신뢰와 서사를 자산으로 삼은 비즈니스가 그 자산을 함부로 다룰 때 치르는 대가다.

K-POP의 다음 십 년은 더 많은 앨범을 찍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한 지붕 아래 서로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공존시키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2024년 봄에 드러난 균열은 메우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는 것에서만 다음 설계가 시작된다.

다른 칼럼 — 우리가 보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