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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6-06
관점

K가 빠진 K-POP,
'원산지'에서 '레시피'로

K-POP은 지금 자기 정의를 갈아엎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음악'에서 '어디서나 복제 가능한 제작 시스템'으로. 단기 성장을 사는 대가로, 산업은 원산지 프리미엄을 저당 잡혔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질문 하나로 시작하자. K-POP에서 'K'는 본질인가, 라벨인가. 오랫동안 그것은 본질처럼 보였다. 서울에서 훈련받은 멤버, 한국어 가사, 한국식 연습생 시스템 — 'K'는 음악의 출신성분이자 품질보증서였다. 그런데 산업 스스로가 그 'K'를 음악에서 분리하기 시작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어들이 한국이라는 원산지를 빼고도 'K-POP의 작동 원리'만 수출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성공한다면 K-POP은 글로벌 팝의 표준 운영체제로 격상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한국은 '본질'에서 '방법론의 발상지'로 강등된다. 임계점은 생각보다 가깝다.

산업이 직접 'K'를 떼어냈다

HYBE와 게펜이 함께 만든 KATSEYE를 보자. 멤버는 필리핀·스위스·베네수엘라·중국·인도·미국 출신으로, 한국계는 단 한 명, 한국어 가사는 없다. 그럼에도 2025년 EP는 빌보드200 4위에 올랐고, 2026년 그래미에서는 신인상을 포함해 두 부문 후보에 들었다. 결정적인 대목은 분류다. HYBE는 이 팀을 'K-POP'이 아니라 'Global Girl Group'으로 부른다. 라틴 보이그룹 SANTOS BRAVOS로 이어지는 'multi-home, multi-genre'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은 본사가 아니라 '레시피 보유국'에 가깝다.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 설계다. 한국에서 검증된 트레이닝·세계관·팬덤 운영 매뉴얼을 떼어 다른 나라에 이식하면, 한국인 멤버도 한국어 가사도 없는 팀이 그래미 후보가 된다. 곧 'K-POP'은 음악의 국적이 아니라 제작 방식의 이름이 된다.

본토 엔진이 식기 시작했다

하필 이 전환이 본토 시장의 정점 이후에 겹친다는 점이 뼈아프다. 2024년 한국 피지컬 음반 판매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약 9,330만 장에 그쳤다. 전년 1억 1,570만 장 대비 19.5% 줄어든 수치다. 밀리언셀러는 33장에서 20장으로, 100만 장을 돌파한 앨범은 0장이었다. 초동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으로 꺾이는 신호다.

더 중요한 건 그 물량의 성격이다. 이 판매고는 상당 부분 랜덤 포토카드, 다(多)버전 발매, 팬사인회 응모권이 떠받친 '밀어내기'였다. 한 사람이 같은 앨범을 수십 장 사게 만드는 구조 — 그 인공 호흡기가 약해지는 시점과, 해외 현지 그룹으로의 자본 이동이 정확히 같은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 본토가 식는 만큼 회사는 더 빨리 바깥으로 나간다.

재무제표가 전환비용을 실토한다

이 베팅의 청구서는 이미 장부에 찍혔다. HYBE의 2025년 매출은 2.65조 원으로 사상 최대(+17.5%)였지만, 영업이익은 73% 급감했다. 회사 스스로 그 원인을 북미 IP 모델로의 전환과 신규 글로벌 아티스트 론칭 비용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것은 '증명된 사업'이 아니라 거대한 베팅이다.

그리고 시스템을 수출하면 노동 규범도 함께 수출된다. JYP의 미국 현지 그룹 VCHA에서는 2024년 12월 멤버 KG가 LA 법원에 132쪽 진술서와 함께 아동노동 착취·불공정 계약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현지화 전략에서 KATSEYE는 떠오르고 VCHA는 무너졌다. 한국식 고강도·고물량 모델이 다른 나라의 법과 만나는 순간, 마찰은 불가피하다.

결론 · 본사인가, 원조가게인가

공정하게 말하자. 시스템 수출은 강등이 아니라 격상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이 만든 제작 방식이 글로벌 팝의 표준 OS가 된다면, 그래미 후보라는 증거가 말해주듯 한국은 음악 산업의 문법 자체를 쓴 나라가 된다. 그것은 작은 영광이 아니다.

그러나 OS의 운명은 보편화될수록 출신을 잊힌다는 데 있다.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어디서나 돌아가는 순간, 누구도 그것을 '한국 소프트웨어'라 부르지 않는다. 표준이 될수록 원산지 프리미엄은 희석된다. 다음 10년의 진짜 변수는 단 하나다. 한국이 이 시스템의 본사로 남을 것인가, 레시피만 넘긴 프랜차이즈의 원조가게로 남을 것인가. 본토가 식고, 이익이 녹고, 노동 모델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이 — 그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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