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TENTSCOLUMNKOEN
KONTENTS INDEX FAMILY
KONTENTS COLUMN

K-콘텐츠를 기록하는 칼럼 — KI 지수의 공식 해설과 부문별 심층 칼럼

EDITORIAL · 2024-Q3
관점

공장은 작가를 견딜 수 있는가
2024년 3분기, K-POP이 마주한 질문

민희진의 해임과 멤버들의 심야 라이브. 2024년 여름, K-POP은 처음으로 자기 성공의 설계도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4년 3분기를 규정한 사건은 신곡도, 월드투어도 아니었다. 한 경영권 분쟁이었다. 4월 하이브의 어도어 감사로 표면화된 갈등은 여름을 지나며 산업 전체의 신경을 건드렸다. 8월 27일 하이브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민희진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인사 전문가 김주영을 새 대표로 앉혔다. 그리고 9월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비공개로 열어둔 유튜브 라이브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회사를 향해 "민 대표를 복귀시키라"고 요구한 그 밤은, 아티스트가 자신을 만든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K-POP 사상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 사건이 첨예했던 이유는 단순한 인사 다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K-POP이 지난 30년간 완성해 온 제작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심문이었다.

압축 성장이 남긴 청구서

하이브가 운영하는 11개 안팎의 멀티레이블 구조는 분명 한국적 효율의 정점이었다. 유니버설과 소니, 워너가 수십 년에 걸쳐 더디게 진화시킨 모델을 한국 기업은 한 세대 만에 압축해 이식했다. 문제는 압축이 곧 성숙은 아니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핵심은 멀티레이블 그 자체가 아니라, 각 레이블이 한 지붕 아래에서 협업이 아니라 경쟁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배타적 독립성이 오히려 칸막이를 세웠고, 모회사의 수직 통합은 자율성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회수했다. 민희진이 '회사가 멀티레이블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한 개인의 항변을 넘어 산업의 미완성에 대한 진단이었다.

11개
하이브 산하 멀티레이블 개수
유니버설·소니·워너식 모델을 한 세대 만에 압축 이식
작가 대 공장이라는 오래된 긴장

어도어는 의도적으로 예외였다. 한 명의 아티스트와 한 명의 프로듀서의 운명을 묶어 둔 부티크 레이블. 그것은 산업화된 K-POP의 문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작가주의의 실험이었다. 그래서 이번 충돌은 본질적으로 작가와 공장의 대결로 읽혔다.

K-POP은 시스템의 승리였다.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하던 시대를 끝내고, 누가 빠져도 굴러가는 표준화된 라인을 만든 것이 이 산업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라인이 만들어 낸 가장 빛나는 결과물 중 하나가, 자신은 라인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고 증언한 것이다. 한 평론가가 "하이브의 지붕 아래서 누린 혜택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 것도 타당하다. 어도어의 자유는 결국 모기업의 자본 위에서 가능했다. 다만 그 반론조차, 자본과 창작의 채권·채무를 누가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라는 더 곤란한 질문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무대 뒤의 노동, 처음 호명되다

가장 의미심장한 전환은 담론의 언어가 바뀐 것이었다. 이 분쟁은 어느 순간부터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문제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라는 표현이 공론장에 올랐고, 멤버들이 호소한 작업 환경과 처우는 화려한 무대 뒤편의 노동 조건을 가시화했다.

오랫동안 K-POP은 아티스트를 작품으로, 자산으로, 지식재산권으로 호명해 왔다. 그들이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좀처럼 발화되지 않았다. 2024년 3분기는 그 침묵이 깨진 분기였다. 산업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무엇을 만드느냐만큼이나 어떻게 만드느냐를 견뎌야 한다는 청구서가 도착한 것이다.

이 글의 논점
  1. 하이브 감사에서 촉발된 갈등은 8월 대표 해임과 9월 멤버들의 심야 라이브 항의로 이어지며 여름 내내 산업을 흔들었다.
  2. 11개 레이블을 협업이 아니라 경쟁 구도로 설계한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미완성이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3. 논쟁은 결국 '작가 대 공장'을 넘어 무대 뒤 노동 문제로 번역되며, K팝이 자신의 성공 공식을 처음 의심하게 만들었다.
결론

이 사건의 법적 승패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2024년 여름이 남긴 진짜 유산은 따로 있다. K-POP이 자신의 성공 공식을 더 이상 무조건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효율과 규모로 세계를 정복한 모델이, 정작 그 모델을 가장 잘 구현한 사람들로부터 의심받기 시작했다.

공장은 작가를 견딜 수 있는가. 시스템은 자신을 넘어서려는 개인을 품을 수 있는가. 산업화된 K-POP은 처음으로, 자신의 설계도를 다시 펼쳐 봐야 하는 분기를 통과했다. 그리고 한 산업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위기의 신호이기 이전에 성숙의 첫 조건일지도 모른다.

다른 칼럼 — 우리가 보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