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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3-Q1
관점

창업자가 떠난 자리,
K-POP은 누구의 것이 되었나

2023년 1분기, 한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싼 한 달간의 전쟁은 K-POP이 더 이상 음악인의 산업이 아니라 자본의 산업임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3년 2월부터 3월까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가장 첨예한 뉴스는 무대 위가 아니라 회의실과 법정, 그리고 증권 거래 화면에서 만들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카카오가 정면으로 충돌한 인수전이다. 한 달 남짓한 이 분쟁은 단순한 기업 간 다툼이 아니었다. 그것은 'K-POP을 누가 소유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노골적이고 가장 자본주의적인 대답이었다.

발단은 의외로 작았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지분 약 1%만 들고서, 창업자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매년 SM 매출의 6%를 인세로 가져가는 구조를 정조준했다. 22년간 그렇게 빠져나간 돈이 약 1400억 원. 그 1%의 반란이, 결국 K-POP 1세대 제국을 무너뜨리는 첫 도미노가 되었다.

한 달간의 쩐의 전쟁

전개는 빨랐고 거칠었다. 2월 7일 카카오가 신주·전환사채로 약 2200억 원 규모, 지분 9.05%를 확보하는 계약을 발표하자, 이수만은 이를 막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 직후 그는 자신의 지분 14.8%를 약 4228억 원에 하이브에 넘겼다. 창업자가 자신을 끌어내린 경영진에 맞서기 위해, 가장 강력한 경쟁사의 손을 잡은 것이다.

3월 3일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카카오의 신주 발행을 막자, 카카오는 정공법으로 돌아섰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주당 12만 원이었던 데 맞서, 카카오는 주당 15만 원이라는 압도적 가격으로 약 35% 지분을 노린 공개매수를 띄웠다. SM 주가는 3월 초 종가 14만 78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음악이 아니라 '주가'가 이 산업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창업자 시대의 종언

승부는 3월 12일에 갈렸다. 하이브가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하고 보유 지분 일부를 카카오에 매각하며 전선에서 물러났다. 카카오는 약 39~40% 지분을 확보해 SM의 새 주인이 되었고, 한때 최대주주였던 이수만은 경영권을 완전히 잃었다. 1996년 H.O.T.로 시작된 '이수만 1인 프로듀싱'의 시대가, 비로소 행정적·법적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SM이 분쟁 한복판에서 내놓은 'SM 3.0'은 이 변화를 상징한다. 한 명의 총괄 프로듀서 대신 5개 제작센터의 멀티 프로듀싱 체제, 라이크기획과의 결별로 인한 영업이익률 개선. 명분은 분명 진보였다. 그러나 진보의 청사진은 거대 IT 플랫폼이 엔터 산업을 통째로 흡수하는 명분으로도 동시에 쓰였다. K-POP이 '창작자의 손'에서 '플랫폼의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가장 빛난 곳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

이 전쟁이 남긴 것은 승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 위로 SM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4월에는 카카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케이팝이라는 가장 화려한 한국 콘텐츠 산업의 정점에서, 가장 전형적인 자본시장 범죄 의혹이 자라난 것이다.

반론은 가능하다. 거대 자본의 유입이야말로 영세했던 K-POP을 글로벌 산업으로 키운 동력이며, 창업자 1인 의존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끝낸 것은 오히려 산업의 성숙이라는 시각이다. 일리가 있다. 다만 그 성숙의 대가가 시세조종 의혹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준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결론 — 팬은 어디에 있었나

한 달간의 인수전 내내 한 가지가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 이다. 수천억 원이 오가고 주가가 출렁이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정작 그 회사 아티스트를 사랑하고 그 음악으로 산업의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단 한 표도, 단 한 마디 발언권도 갖지 못했다. 그들은 자산 가치의 '근거'였을 뿐, 거래의 '주체'가 아니었다.

2023년 1분기는 K-POP이 명실상부한 거대 산업이 되었음을 증명한 분기였다. 동시에, 그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회의실에 음악도 팬도 앉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분기이기도 했다. 창업자가 떠난 자리를 자본이 채웠을 때, 우리가 진짜 잃은 것은 한 사람의 제국이 아니라 '이 산업은 결국 음악과 사람의 것'이라는 마지막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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