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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3-Q4
관점

100,000,000장의 그늘
팬덤은 어떻게 산업을 짓고 동시에 무너뜨렸나

2023년 4분기, K-POP은 처음으로 연간 음반 1억 장 시대에 올라섰다. 그러나 같은 분기, 같은 산업은 한 신인의 사생활을 빌미로 1,000개의 근조화환을 받았다. 호황과 파국은 같은 엔진을 공유한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3년 가을, K-POP은 자기 역사상 가장 화려한 숫자를 손에 쥐었다. 국내 음반 판매량은 그해 10월 누적 1억 장을 돌파했고, 11월까지 상위 400위 음반이 1억 1,600만 장을 팔아치웠다. 전년 동기 8,000만 장 대비 144퍼센트 폭증이다. 산업은 환호했고, 대형 기획사의 분기 실적표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그런데 정확히 같은 분기, 같은 산업의 한 신인 그룹 RIIZE의 멤버 승한은 데뷔 전 사진 몇 장 때문에 활동을 멈췄다. 일부 팬들은 소속사 사옥 앞에 1,000개의 근조화환을 보냈다. 한쪽에서 1억 장을 세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화환을 세고 있었다. 이 두 장면은 우연히 같은 계절에 벌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같은 동력에서 나온 앞면과 뒷면이다.

1억 장은 음악이 아니라 충성의 단위였다

1억 장이라는 숫자를 곧이곧대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1억 명 늘었다'로 읽으면 오독이다. 같은 시기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는 오히려 무너졌다. 2023년 11월 다운로드는 전년 대비 20퍼센트, 팬데믹 이전 2019년 대비 45퍼센트 가까이 급락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된 게 아니라, 핵심 팬덤이 음반을 더 많이 '쌓게' 된 것이다.

이유는 음반 안에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랜덤 포토카드, 응모권 형태의 팬사인회·영상통화 추첨. 더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구조다. 한 글로벌 설문에서 팬의 36.5퍼센트가 포토카드를 모으려 복수 구매에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음반은 매체이기를 멈추고 복권이 되었다.

같은 화력이 곧 검열의 화력이 된다

여기서 불편한 진실이 시작된다. 1억 장을 만든 그 농밀한 충성심과, 화환 1,000개를 만든 그 분노는 서로 다른 집단이 아니다.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산업은 수년간 팬덤에게 '당신의 구매와 행동이 곧 아이돌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학습시켰다. 차트, 시상식, 분기 실적이 모두 팬의 화력에 연동되도록 설계해 두고선, 그 화력이 사생활 단죄로 방향을 틀자 당황했다.

승한 사태의 본질은 흡연이나 연애 사진이 아니다. 팬덤이 한 아티스트의 거취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고, 기업이 그 거부권 앞에 신인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퇴출시켰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곧 주주처럼 행동하는 산업을 만들어 놓고, 그 소비자가 인사권을 주장할 때만 선을 그을 수는 없다. 화력에는 안전핀이 없다.

호황의 청구서는 따로 도착한다

복수 구매 모델은 매출표 바깥에도 흔적을 남긴다. 국내 기획사들이 음반에 쓴 플라스틱은 2017년 55.8톤에서 2022년 800톤 이상으로 불었고, CD만으로도 그해 최소 1,395톤의 폐기물이 추정됐다. 2023년 1억 장 돌파는 이 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었을 뿐이다. 한 환경 캠페인은 팬들이 내놓은 8,000여 장의 버려진 음반을 모아 대형 기획사 사옥에 되돌려 보냈다.

같은 4분기, HYBE 내부 문건이 유출되며 경영진이 자사·타사 아티스트를 비하한 정황이 드러나 대표가 공개 사과했다. 사생활 단죄, 환경 부채, 내부 냉소—성격이 다른 세 사건이 한 계절에 겹친 것은 산업의 도덕적 면역계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신호다.

반론, 그리고 결론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강한 팬덤은 비난받을 부채가 아니라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진 가장 희소한 자산이며, 그 밀도가 없었다면 한국 음악이 세계 어디에도 닿지 못했으리라는 주장이다. 타당하다. 화력 자체는 죄가 없다.

그러나 2023년 4분기가 던진 질문은 화력의 존재가 아니라 화력의 설계다. 산업이 팬의 사랑을 음반 장수와 추첨 응모권으로 환산하는 한, 그 사랑은 언제든 화환과 거부권으로도 환산될 수 있다. 1억 장은 트로피가 아니라 영수증이다. 그리고 영수증의 뒷면에는, 그해 가을 사옥 앞에 늘어선 화환의 사진이 함께 인쇄되어 있다. K-POP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이 파는 법이 아니라, 충성을 단죄가 아닌 다른 단위로 번역하는 법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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