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개를 꺾었는가
외주(外注)로 지어진 기적의 청구서
2023년 여름, 한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빌보드 신화가 법정 공방으로 무너졌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한 팀의 불운이 아니라, K팝이 성공을 만들어내는 방식 그 자체의 균열이었다.
2023년 2월 발매된 싱글 '큐피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세계를 흔들었다. 틱톡의 가속 버전을 타고 입소문으로 번진 이 곡은 빌보드 핫100 최고 17위에 올랐고, K팝 걸그룹 사상 최장인 25주를 차트에 머물렀다. 데뷔 4개월 만에 거대 자본 없이 빚어낸, 말 그대로 '흙수저의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 기적의 유효기간은 채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6월 말, 소속사 어트랙트·외주 프로듀싱 업체 더기버스·멤버 4인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터져 나왔다. 7월의 K팝은 새 음반이 아니라 가처분 신청서로 채워졌다. 2023년 3분기를 규정한 사건은 어느 무대도, 어느 컴백도 아닌 이 '분쟁' 자체였다.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던진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기적은 누구의 것이었나. 작곡·프로듀싱·기획의 상당 부분이 외부 업체 더기버스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K팝 중소 기획사의 민낯을 드러냈다. 자본이 부족한 회사는 핵심 역량 자체를 외주화한다. 곡도, 콘셉트도, 글로벌 전략도 바깥에서 사 온다.
문제는 외주가 단순한 하청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성공의 설계자가 회사 밖에 있을 때, 성공한 자산(아티스트)을 누가 소유하는가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폭발한다. 더기버스 측이 제안했다고 알려진 구조는 노골적이었다 — 소속사를 배제하고 프로듀서와 아티스트가 직거래하는 레이블. 어트랙트는 이를 '기획된 탈취'라 불렀다. 진실이 무엇이든, 외주에 의존한 성공은 그 성공의 지배권을 외주처에 저당 잡힌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이 사태는 한 회사의 관리 실패로 환원되지 않는다. 멤버들이 신뢰 파탄을 이유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은 8월 28일 기각했다. 법원은 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가처분 기각이 분쟁의 끝은 아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효력을 갖지 못하기에, 산업의 상처는 봉합되지 않은 채 남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산과 권력의 비대칭이다. 표준전속계약서는 회사의 투자비용과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을 정교하게 규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산 단계에서 회사와 아티스트의 이해가 충돌하고, 외부 투자·공동사업 약정이 끼어들면 정산 비율 자체가 왜곡된다. 동방신기, 강다니엘, 그리고 2022년 '이승기법'을 낳은 이승기 사태까지 —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같은 구조적 결함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8월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빌보드와 걸그룹 — 누가 날개를 꺾었나」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 그러나 방송은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한쪽 손을 들어줬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이후 어트랙트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제작진이 패소하며 '편파 방영' 논란은 사실로 굳어졌다. 대중은 '어린 멤버 대 탐욕스러운 회사'라는 익숙한 서사를 소비하고 싶어 했고, 미디어는 그 욕망에 영합했다.
여기에 반론은 정당하게 존재한다. 회사가 정산을 미루고 멤버를 방치했다면, 떠나려는 선택은 착취에 맞선 생존이지 배신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가르쳐 준 것은, 피해자 서사가 곧 진실은 아니라는 냉정한 사실이다. 감정의 편을 드는 일과 구조를 보는 일은 다르다.
피프티피프티는 자본 없이도 빌보드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본 없는 기적은 그 기적이 도착하는 순간 외부 세력의 표적이 된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만약 자본력을 앞세운 누군가가 성공한 아티스트를 빼내는 일이 용인된다면, 모든 중소 기획사의 성공은 곧 약탈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K팝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외주에 기대 만든 기적을 계속 찬양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적을 만든 노동과 권리, 정산의 구조를 정직하게 다시 쓸 것인가. 2023년 여름의 청구서는 아직 결제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비용은, 늘 그랬듯, 가장 약한 자리에 선 사람들에게 먼저 청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