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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3-Q2
관점

중소의 기적이
가장 잔인하게 증명한 것

무명에 가까운 5인조가 빌보드 정상 문턱까지 올랐다. 그리고 같은 여름, 그 성공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가장 외면해 온 질문을 법정으로 끌고 나왔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3년 봄, 한국 대중음악의 서사는 잠시 동화처럼 보였다. 2022년 11월 데뷔한 무명에 가까운 5인조가 2월 발매한 싱글 한 곡으로 틱톡과 유튜브를 타고 번졌고, 3월 빌보드 핫100에 진입한 뒤 5월 20일자 차트에서 17위까지 올랐다. 15주 연속 차트인은 당시 K팝 걸그룹 곡으로는 최장 기록이었고, 영국 싱글 차트에서는 8위에 오르며 K팝 걸그룹 최초로 톱10을 밟았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증거. 업계는 이것을 '중소의 기적'이라 불렀다.

그러나 6월 19일,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동화는 산업 보고서로 바뀌었다. 정산 불투명, 건강 관리 의무 위반, 지원 능력 부족. 소속사는 '외부 세력의 템퍼링'을 주장했다. 그해 가장 첨예했던 사건은 표절도, 군 입대도, 거대 자본 간 인수전도 아니었다. 가장 작은 회사의 가장 큰 성공이, 한국 K팝의 기본 설계도를 법정에 세웠다는 사실이었다.

정산이라는 말의 두 얼굴

이 사건의 핵심어는 화려한 차트가 아니라 '정산'이라는 건조한 단어다. 그리고 이 단어는 한국 K팝에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멤버 측에는 '히트곡을 냈는데 손에 쥔 것이 없다'는 박탈감의 언어였다. 소속사 측에는 '아직 회수 단계'라는 회계의 언어였다.

K팝의 표준 정산 구조는 단순하다. 소속사가 먼저 투자한 제작·활동 비용을 음반·음원 수익으로 회수한 뒤, 그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아티스트와 나눈다. 알려진 제작비는 약 60억 원, 외부에서 끌어온 투자도 100억 원 규모였다. 한 음악레이블 단체는 '선급금 투자는 매달 발생하는 수익으로 상계되는 구조이며, 데뷔 직후 정산을 문제 삼는 것은 착오'라고 반박했다. 차트의 숫자와 통장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시차(時差)가, 이 분쟁의 진짜 뇌관이었다.

문제는 이 시차가 '제도'가 아니라 '신뢰'로만 메워진다는 데 있다. 회수가 끝나기 전까지 아티스트는 자신이 만든 성공의 장부를 거의 들여다볼 수 없다. 성공이 클수록, 그 불투명한 구간에서 느끼는 의심도 커진다. 기적이 클수록 균열도 컸던 이유다.

'템퍼링'이라는 단어가 가린 것

소속사는 외부 제작 협력사와 그 대표가 멤버들을 빼내려 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했고, '큐피드'의 저작권 등록이 3월 자신들 몰래 협력사 명의로 바뀌었다고 했다. 언론과 여론은 빠르게 '템퍼링' 프레임으로 정렬됐다. 전속 계약된 아티스트를 외부가 무단 접촉해 빼낸다는 그 단어는, 분쟁을 '의리 대 배신'의 도덕극으로 단순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도덕극은 구조를 가린다. 설령 외부 개입이 사실이라 해도, 틈이 없는 곳에는 외부의 손이 들어오지 못한다. 무명에서 글로벌 히트로 가는 1년 사이, 폭증한 매출과 그것을 담을 회계·헬스케어·소통 시스템 사이의 간극 — 그 간극이야말로 작은 회사의 진짜 한계였다. 템퍼링 논란은 가해자를 지목했지만, 산업의 구조적 공백을 지목하지는 못했다.

반론을 위한 자리

물론, 반대편의 목소리도 정직하게 들어야 한다. 아직 투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회사에게 '성공의 과실을 나누라'고 요구하는 것은, 산업을 지탱하는 위험 부담의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항변이다. 모든 데뷔조에 수십억을 거는 기획사가 단 하나의 히트만으로 즉시 정산을 강요받는다면, 애초에 무명에 투자할 회사는 사라진다. 이 사건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분쟁은 '나쁜 회사 대 착한 아티스트'의 이야기로 환원될 때 가장 많은 것을 놓친다. 진짜 쟁점은 책임의 배분이 아니라, 그 배분을 누구도 임의로 못 하게 만드는 표준과 투명성의 부재였다.

결론

그해 여름의 소동은 결국 계약 해지로 일단락됐지만, 산업이 받아야 할 청구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곡의 세계적 성공이 한 그룹의 해체로 끝났다는 사실은, 한국 K팝이 '히트를 만드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나 '히트를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운과 신뢰에 기대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소의 기적은, 기적이 시스템을 대체할 수 없다는 가장 비싼 증명이었다. 다음 기적이 또 한 번의 소송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산업이 마주해야 할 것은 외부의 손이 아니라 내부의 설계도다. 성공의 장부를 누구나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큐피드'는 동화가 아니라 산업의 자산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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