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이라는 거품이
가장 먼저 금이 갔다
2024년 1분기, K-POP은 사상 처음으로 '더 팔리지 않는 경험'을 했다. 위기의 신호는 무대가 아니라 창고에서 시작됐다.
2024년의 첫 석 달,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마주했다. 감소. 9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우상향하던 음반 판매 곡선이, 상반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4.9%(약 800만 장) 줄어든 4,760만 장으로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간으로는 결국 19.5% 감소,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균열이 음악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곡이 나빠진 것도, 팬이 떠난 것도 아니었다. 무너진 것은 음악이 아니라 '세는 방식'이었다. 1분기의 진짜 사건은 신곡이 아니라, 그동안 K-POP을 떠받쳐온 회계 장부의 한 줄이 흔들린 사건이었다.
지난 몇 년간 'K-POP 음반 1억 장 시대'라는 수사는 거의 신앙이었다. 그러나 그 숫자의 상당 부분은 한 사람이 한 장을 듣기 위해 산 결과가 아니었다. 차트 순위와 팬사인회 응모권을 위해 같은 앨범을 수십, 수백 장씩 사들이는 구조 — 특히 중국 팬덤의 공동구매(공구) — 가 초동 물량을 부풀려 왔다.
2024년 들어 이 엔진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당국의 팬덤 자금 모금 규제가 강화되며 대량 구매 캠페인이 위축됐고, 동시에 수십 종의 버전과 랜덤 포토카드로 같은 앨범을 반복 구매하게 만드는 마케팅에 대한 팬덤 자체의 피로가 누적됐다. 플라스틱 CD 포장에 대한 환경 비판도 더해졌다. 다시 말해, 판매량은 줄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부풀려 세던 부분이 빠진 것이다.
1분기의 숫자가 더 아팠던 이유는 산업의 체급이 지나치게 소수의 초대형 IP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BTS가 단체 활동을 멈추고 군 복무에 들어간 군백기는, 한 팀의 공백이 곧 산업 전체의 응집력 약화로 번질 만큼 K-POP의 무게중심이 위태롭게 쏠려 있었음을 드러냈다.
주요 기획사의 1분기 성적표가 이를 그대로 비췄다. 신인 효과로 매출은 늘었어도 영업이익은 줄거나 적자로 돌아선 곳들이 나왔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찍히는 장부는, 더 많이 찍어내고 더 많이 마케팅해 더 적게 남기는 '밀어내기형 성장'의 한계를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반론은 가능하다. 음반은 줄었지만 K-POP이 식은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실제로 같은 상반기, 대중음악 공연 티켓 판매액은 전년 대비 57.5% 늘어난 약 3,008억 원을 기록하며 음반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했다.
바로 여기에 1분기 사건의 진짜 의미가 있다. 가치의 무게중심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창고에 쌓이는 CD에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이 100장을 사는 산업은 취약하지만, 100명이 한 장씩 사고 함께 공연장을 채우는 산업은 단단하다. 거품이 빠진 자리에 드러난 것은 위기가 아니라, 그동안 숫자에 가려져 있던 실제 수요의 윤곽이었다.
2024년 1분기를 '판매량이 떨어진 분기'로만 기억한다면 절반만 본 것이다. 이 시기는 K-POP이 자신을 부풀려온 회계의 거품을 처음으로 직시한 분기였다. 도발적으로 말하자면, 감소는 산업의 병이 아니라 건강검진 결과지였다.
질문은 더 이상 '몇 장을 찍어낼 것인가'가 아니다. 한 명의 팬을 100장이 아니라 평생으로 환산하는 법,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두꺼운 중간층으로 산업을 지탱하는 법 — 1분기의 균열은 그 더 어렵고 더 정직한 질문을 K-POP 앞에 처음으로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