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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 2025-Q3
관점

누가 K를 소유하는가
—실재하지 않는 그룹이 1위를 한 분기

2025년 3분기, K팝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히트를 친 그룹에는 단 한 명의 실재 멤버도 없었다. 같은 분기, 가장 실재했던 멤버들은 떠날 수 없다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2025년 7월부터 9월까지의 K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가장 성공한 그룹은 존재하지 않았고, 가장 논쟁적인 그룹은 사라질 수 없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HUNTR/X)의 '골든(Golden)'은 9월 내내 빌보드 핫100 정상을 지키며 4주 1위를 기록, BTS의 '다이너마이트'(3주)를 넘어섰다. 사운드트랙은 핫100 톱10에 네 곡을 동시 진입시키며 차트 67년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고, 영화는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3억 뷰를 돌파해 '오징어 게임'을 제쳤다.

그런데 헌트릭스는 사람이 아니다. 루미·미라·조이의 노래는 이재(EJAE)·오드리 누나·레이 아미라는 실명의 가창자들이 불렀지만,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는 픽션이다. K팝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글로벌 승리에, 정작 우리가 환호할 얼굴은 없었다.

실재하지 않는 승리, 떠날 수 없는 실재

같은 분기, 정반대의 드라마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펼쳐졌다. 9월 11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해 약 5시간에 걸친 신문을 받았고, 상대 측 서사를 "픽션"이라 일축했다. 며칠 사이 뉴진스와 어도어의 마지막 합의 시도는 단 18분 만에 결렬됐고, 전속계약 효력 판단은 10월 30일 선고로 넘겨졌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법원은 뉴진스가 2029년까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멤버들이 내세운 핵심 사유—민희진 해임으로 인한 경영 공백, 회사의 보호 의무 위반—는 계약 해지의 근거로 충분치 않다고 봤다. 헌트릭스가 '존재하지 않아도 1위'였다면, 뉴진스는 '존재해도 떠날 수 없는' 쪽이었다.

두 사건은 무관해 보이지만, 사실 같은 질문의 양면이다. K팝에서 가치를 만드는 것은 사람인가, 시스템인가.

K팝은 사람 산업이 아니라 IP 산업이 되었다

헌트릭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도착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주요 기획사들은 조용히 음악 회사에서 IP 회사로 변신해 왔다. 그룹명·세계관·캐릭터·팬덤 플랫폼이 모두 회사가 소유한 자산이고, 멤버는 그 자산을 구동하는 '교체 가능한 부품'에 가깝게 설계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였을 뿐이다. 사람이라는 변수마저 제거하면, IP는 부상도, 군 입대도, 계약 분쟁도 없이 영원히 무대에 설 수 있다.

뉴진스 판결이 산업에 안도감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결 직후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억 달러 이상 불어났다. 시장은 명확히 말했다. 아티스트의 이탈 가능성은 곧 자산의 손상이며, 그 자산을 지켜낸 회사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한 명의 음악가가 어디서 노래할 자유보다, 그를 묶어두는 계약의 견고함에 더 높은 값이 매겨진다.

반론, 그리고 남는 불편함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막대한 선투자와 무명 시절의 리스크를 떠안는 쪽은 기획사이며, 계약의 안정성이 없다면 애초에 그 누구도 데뷔시킬 수 없다는 것—이것은 단순한 자본의 변명이 아니라 이 산업을 실제로 굴러가게 한 엔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편함은 남는다. 2024년 국정감사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며 눈물을 보였던 멤버가 있던 그룹이, 결국 '회사를 떠날 만한 사유는 못 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보호받지 못했다는 호소와, 보호 의무 위반은 아니라는 판결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이 산업이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드러낸다.

헌트릭스에게는 애초에 이런 갈등이 없다. 픽션은 번아웃도, 인권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어쩌면 산업이 진짜 원하는 이상적 아티스트의 모습이 거기 있는지도 모른다.

결론

2025년 3분기는 K팝이 정점에 오른 분기인 동시에, 그 정점이 무엇 위에 세워졌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분기였다. 세계를 정복한 것은 'K팝'이라는 음악적 완성도와 시스템이었지, 특정 인간 아티스트의 대체 불가능성이 아니었다.

장르가 사람보다 강해졌을 때, 그 장르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다만, 누구를 위해 가는가라는 질문만 남긴 채로.

헌트릭스가 보여준 미래와 뉴진스가 겪은 현재 사이 어딘가에, 다음 10년의 K팝이 놓인다. 우리가 환호하는 'K'를 끝내 누가 소유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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