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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를 기록하는 칼럼 — KI 지수의 공식 해설과 부문별 심층 칼럼

EDITORIAL · 2026-W28
관점

수출은 32% 늘었는데
왜 중소 기획사는 사라지는가

2025년 K-팝 수출은 32.4% 늘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과실은 고르게 나뉘지 않았다. 대형 기획사의 연간 음악 제작비는 431억 원, 중소는 14억 9천만 원. 29배의 격차 아래에서, K-팝의 다양성을 지탱하던 중소 기획사들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KONTENTS INDEX 편집부 · 읽기 4분
서론

숫자만 보면 K-팝은 거침없이 성장한다. 2025년 수출은 전년 대비 32.4% 늘었고,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이 성장률의 이면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균열이 있다.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 기획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중소 기획사와 신인 그룹은 데뷔조차 버거워한다. 전체 시장이 커지는데 왜 아래쪽은 말라가는가. 이 질문은 K-팝이 애써 외면해온 그늘을 향한다.

현장 — 29배의 격차

격차는 구체적이다. 2023년 대형 기획사의 연평균 음악 제작비는 431억 원, 중소 기획사는 14억 9천만 원이었다. 29배 차이다. 해외 공연 횟수 역시 대형이 중소의 20배에 달했다. 자본의 규모가 곧 무대의 규모를 결정한다.

문제는 K-팝의 성장 엔진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 진입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든다. 대형은 감당하지만 중소는 엄두조차 못 낸다. 세계화의 문이 넓어질수록,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회사는 오히려 줄어든다.

본질 — 세계화가 양극화를 가속한다

역설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시장이 국내에 머물 때는 중소 기획사도 틈새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의 무대가 전 세계로 확장되자, 승부는 자본력으로 판가름 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마케팅·현지화·대형 콘텐츠에 투입할 실탄이 없으면 애초에 링에 오르지 못한다.

그 결과 성장 자체가 집중을 낳는다. 시장이 커질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높아진 장벽은 이미 자본을 가진 소수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K-팝의 세계화는 산업의 파이를 키웠지만, 동시에 그 파이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손의 수를 줄이고 있다.

반론 —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은 정책으로 나타났다. 2026년 6월, 정부는 중소 음악 레이블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22억 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선정된 10개 중소 레이블에 연 3억 원씩 최대 3년을 지원하는 구조다. 양극화에 대한 공적 대응의 신호다.

그러나 규모를 냉정히 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연 3억 원은 대형 기획사 한 곳의 연간 제작비 431억 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중물은 될 수 있어도 균형추가 되기는 어렵다. 격차가 29배인 시장에서, 지원이 그 격차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얇다.

결론 — 이것은 생태계의 문제다

중소 기획사의 소멸은 단지 몇몇 회사의 폐업이 아니다. 그것은 K-팝의 실험실이 문을 닫는 일이다. 대형이 검증된 공식을 반복하는 사이,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은 늘 자본이 부족한 아래쪽에서 나왔다. 그 토양이 마르면 산업 전체가 획일화된다.

더 근본적인 위험은 신인 배출의 파이프라인이다. 오늘의 대형도 한때는 중소였다. 중소가 사라지면 내일의 대형도 사라진다. 독과점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의 활력을 갉아먹는다. K-팝이 지켜야 할 것은 정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정상을 계속 만들어내는 저변의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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